전라도 디지털 노마드

지난 몇년 동안 나의 관심사는 전라도였다. 특히 전라도 여행. 사람들에게 ‘전라도’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음식(백반,한정식)과 여행을 이야기하곤 한다.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전라도의 자연 풍경이 이제는 자랑거리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전라도로 여행오고, 대부분 아무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7천원짜리 백반에도 만족한다. (강진 백반이 최고, 그 다음이 해남 백반이더라)

그동안 틈틈이 전라도를 다시 여행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모으고, 홈페이지 만드는 일이 직업이라 뭔가 재미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마음은 굴뚝인데 막상 시작하려니 단순히 여행 정보의 나열은 큰 의미가 없는 듯하고, 뭔가 2%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요즘 지자체 웹사이트나 SNS의 정보가 워낙 좋다 보니.

Digital Nomad. 프로그래머,디자이너,마케터,작가… 등의 특정 직업군이나 젊은 창업자들이 여행과 일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자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여행에 방점을 두고 여행지에서 일을 만드는 사람들과 이미 맡은 일을 여행하며 하려는 사람들로 나뉘는듯 하다. 베트남에서 co-working space 또는 cafe를 전전하며 3개월 넘게 디지털 노마드를 경험한 바 있는데,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부족한 2%의 실마리를 찾은듯 하다.

베트남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호치민에서 3개월 머물렀다.

‘여행’이라는 다소 애매한 개념보다는 ‘노마드’를 컨셉으로 한다.

대부분 디지털 노마드족은 동남아를 선호한다. 태국의 치앙마이, 인도네시아의 발리, 베트남의 호치민 등은 전세계 노마드족의 성지다.
(1)싼 물가 (2)훌륭한 자연 풍경과 즐길거리 (3)협업공간 또는 카페 (4)커뮤니티 등이 그 이유인듯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저 노마드족에게 한국도 디지털 노마드에 아주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고 싶어 졌다. 한국에서도 제주도 한 달 살아보기의 열풍 처럼 뭔가 새로운 흐름이 있기도 하고…

한국은 외국인 노마드족에게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다만, 동아시아라서 거리가 멀고, 분단국가이고, 물가가 동남아에 비해 다소 비싼 나라아긴 하지만…

(1)치안이 좋다. 분단 휴전국이라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의 치안은 세계 최고다. 총이 없는 나라이고, 밤 늦게 돌아다녀도 매우 안전하다.
(2)인터넷 속도가 세계 최고다. 노마드 족에게 인터넷 환경은 매우 중요한데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이다. 모바일 인터넷 역시 세계 최고다. 지하철, 버스 심지어 산 속에서도 인터넷 작업이 가능하다.
(3)숙박업소가 많다. 노마드족은 비싼 호텔에 머물지 않는다. 장기로 머물기에 대부분 방을 임대한다. 평균 월40~50만원이면 서울에서도 원룸 임대가 가능하고, 지방으로 내려오면 30만원 이하도 가능하다. 이는 동남아에서 여행자를 상대로 하는 월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4)협업 공간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서울이 최고다. 다만 서울의 협업공간은 비용이 든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협업 공간은 별로 없지만, 노마드족이 즐겨 찾는 카페는 곳곳에 많다.
(5)즐길 축제가 많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만든 축제들이 진가를 발휘할 때다. 가볼 곳,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6)대중교통이 싸고 안전하다.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은 이미 많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정받는다. 환승이 무료인 곳이 어디 있더라.

이런 좋은 여건이 있음에도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살기에는 평균 물가가 다소 비싼 것은 사실이다. 다만 눈을 돌려 서울이 아니라면 좋은 곳이 많다. 태국도 방콕이 아닌 치앙마이가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기에… (참고: https://nomadlist.com/)

한국 어느 도시가 디지털 노마드에 적합한 곳일까? 유감스레도 역시나 서울이다. 모든 인프라가 거의 완벽하다.(물가 빼고) 그 다음은 제주도를 많이 떠올린다. 실제로 제주도는 외국인 노마드족을 유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경춘선 전철이 지나는 경기도와 강원도 근교도 좋은 곳이라 생각된다.

양림동에서 바라 본 무등산

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전라도 그리고 광주다.

(1)서울이 가까워졌다. ktx로 2시간 거리다. 덕분에 내국인도 전라도를 찾는 사람이 엄청 늘었다고 한다. 새로 생긴 프리미엄 버스는 싸고 훌륭하다. 행여 배로 제주로에 간다면 전라도를 거치는게 좋다.
(2)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 왠만한 군에는 특성화된 축제가 있고, 산과 바다를 품은 자연 경치는 한국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걷기 좋고, 자전거 여행지도 좋다. 섬 여행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4대강 공사를 빗겨간 섬진강 일대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곳이다.
(3)월세가 상대적으로 싸다. 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의 월세보다 많이 비싸지 않다. 장기 여행자의 월세 수요가 많지 않아 단기 임대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지만, 싸게 지낼만한 원룸이나 기타 숙박 시설이 많아 졌다. 생활하는데 드는 체감 물가도 수긍할만한 수준이다.
(4)자연환경과 더불어 역사, 인문학의 고장이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알찬 여행지가 많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나. 템플 스테이도 외국인에게 인기가 좋다.
(5)사람 좋고 음식 맛있다. 여행객에게 음식은 매우 중요하다. 전라도 인심은 음식 인심라는 말도 있고 정이 넘치는 곳이다. 대부분 밥상에는 육해공 음식이 함께 나온다.

전라도, 노마드족들이 지내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라 생각된다. 인프라가 갖춰진 광주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담양,구례,곡성,순천,여수,보성,강진,해남 등등 여행지를 염두에 둔다면 몇 달 정도 머물며 일과 여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 아닐까.

꼬막이 맛있는 벌교읍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에는 협업 공간이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서울에는 이미 많은 외국 자본까지 진출해 있는 반면. 수요가 적어서인지 광주에는 유사한 형태의 공간이 거의 없다. 최근의 노마드족은 여행보다는 일에 더 방점을 두는 추세인데 그런 의미에서 노마드족이 일에 집중할 만한 공간이 더 생겼으면… 내국인이라면 공공기관이나 도서관, 창업지원센터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외국인이 이런 곳을 알기도 어렵고 가기도 낯설지 싶다.

다행히도 최근에 오픈한 카페들은 공부하는 학생이나 모임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두는 추세이다. 지난 번에 다녀온 해남읍에 새로 생긴 카페도 얼마든지 해남 노마드를 할 수 있는 곳이더라.

내국인의 전라도 여행 패턴은 며칠 지내거나 당일로 거쳐 지나는 여행이라 관련 업체들도 그러한 패턴에 익숙해져 있다. 노마드족 처럼 몇 개월 머물며 일하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기 마련이다. 수요와 경험이 적어서 지역 업체들의 인식과 준비가 덜 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성이 있는 시도라 생각된다. 전라도를 다녀간 외국인에게 전라도는 어떤 느낌인지 조언을 듣는 중이다.

외국인 노마드족을 위한 웹사이트 개발, 그리고 전라도 알리기. 구체적으로는 노마드족이 가장 필요로 하는 방 임대 정보와 일할수 있는 공간 정보 그리고 여행 정보가 핵심이 되겠다. 부동산 임대업자와 여행사 파트너를 찾아서 조언을 듣고 웹사이트 개발은 직접 하면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이런 개발은 재밌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