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쇼핑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펀딩’이라는 자본주의 금융의 핵심 단어가 사용되고 있음에도 이 비즈니스 모델의 첫 인상은 ‘참여’나 ‘나눔’과 같은 뭔가 ‘가치’있는 것과 연관되어 생각됩니다.

실제로 KickstarterIndiegogo는 거대 자본이 좌우지하는 영화 산업 분야에서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도 Goodfunding의 영화  ’26년’의 펀딩 사례는 유명하니까요.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크라우드펀딩은 거부감없는 첫 인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듯 합니다.

 

잠깐 오픈마켓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오픈마켓은 말 그대로 ‘상품’을 나열하여 판매하는 마켓이고,  사람들이 가장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었기에 오픈마켓은 대안으로 ‘공동구매’를 제시하면서 상품 가격에 차별화를 두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오픈마켓은 도매상들이 장악한 조금 더 싼 쇼핑몰?

시간이 지나면서 또다른 흐름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상품 자체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쇼핑몰도 발빠르게 이를 반영합니다. 거꾸로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한 마케팅 기법으로 스토리텔링이라는 흐름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긴 합니다만.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관계’ 중심의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상품보다는 ‘스토리’ 그리고 ‘사람’에 시선을 돌리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사세요. 상품은 공짜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이때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즈음에 관심을 두던 곳이 바로 etsy.com 입니다. 프로그래머의 기획 etsy의 시작 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엣시는 ebay.com이 구색 맞추기로만 나열하던 craft, handmade 등의 카테고리만을 판매한 오픈마켓이며, 상품보다는 ‘스토리’와 ‘작가’를 부각시켰습니다. ‘동영상’을 잘 활용한 좋은 사례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은 있어왔고 지금도 있습니다. 대부분 오픈마켓에 흡수되거나 일부 프렌차이즈 쇼핑몰에 입점하여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에는 홍대의 프리마켓을 비롯하여 전주남부시장,광주대인시장…등 많은 곳에서 젊은 작가들이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웹이 아닌 스마트폰 앱을 출시한 아이디어스가 떠오릅니다.

엣시는 한 프로그래머가 쇼핑몰 유지보수 작업을 하면서 공예작가들이 토로하는 이베이에 대한 불만을 듣고서 만든 오픈마켓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초창기 엣시를 입소문낸 장본인은 바로 입점한 작가들이었습니다. “엣시에 가면 내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크라우드펀딩도 비슷합니다. 프로젝트를 등록한 후 목표액의 30% 지점에  빨리 도달할 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프로젝트를 등록한 사람은 온,오프라인 다 동원하여 소문내기에 온 힘을 써야 합니다.

만약 오픈마켓이나 독립몰이었다면 인터넷 광고를 집행하지 않으면 거의 매출이 생기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내 상품의 존재 유무를 알리는 홍보 또는 광고가 지금까지 온라인 쇼핑몰 성패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으니까요. 네이버에 1억 광고하면 1억 매출 생긴다니…

 

이쯤에서 이 글의 제목인 “크라우드펀딩, 쇼핑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소견을 먼저 밝히면… “(거의) 그렇다”

 

오픈마켓이 상품의 ‘가격’에 비중을 둔 쇼핑몰이었고, 그 다음 시도는 상품 자체보다는 ‘스토리’를 강조하였고, 이제 크라우드펀딩은 또 다른 시도로 ‘창의’적인 것과 ‘사람’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다른 솔류션이고, 구매가 아닌 투자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마켓아닌 마켓같은’ 새로운 형태의 쇼핑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에서 투자 대상은 물건이라는 상품에만 국한하지 않으니까요. 오픈마켓 수수료와 크라우드펀딩 수수료가 10% 내외로 비슷하다는 것은 우연일까요.

이런 생각에 킥스타터는 “Kickstarter is Not a Store”라고 대답합니다. 더불어 프로젝트 등록자에게 프로젝트의 리스크(risk)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challenge)할 것인지를 밝히게 하였습니다. fund 라는 원칙에 더 충실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킥스타터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Crowd Supply라는 곳도 있습니다. Crowd Supply is a Store라며 우리는 ‘선구매형 크라우드펀딩’이라며 쇼핑몰임이라고 말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구글링하여보니 크라우드펀딩의 운영방식은 조금씩 다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표액에 100% 도달해야만 펀딩이 진행되는 킥스타터, 목표액에 미치치 못하더라도 펀딩 금액을 지급하는 인디고고, 개인이 아닌 회사로만 등록하게 하는 스타트업 크라우드펀딩, 공익적인 캠페인만 등록할수 있는 곳, 투자에 대한 댓가로 투자가에게 보상 선물을 금지한 곳… 등등 다양하였습니다.

국내의 경우는 킥스타터와 인디고고의 방식을 모두 채용하는 편이며, 상품의 경우 투자 금액에 따라 배송해주는 패키지가 다른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또 어떤 다른 모델이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 보입니다.

대강 살펴 보아도, 크라우드펀딩이 쇼핑몰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변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새로운 플렛폼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판단이 듭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세분화, 전문화 되는 추세입니다. 킥스타터의 카테고리에서 프로젝트가 가장 많이 등록되는 곳은  “Film&Video”이며 그 다음이 “Technology” 입니다. 엣시를 떠올리며 “art”, “craft”의 숫자를 더해보니 1위 카테고리가 되었습니다. design과 fashion의 일부도 더해진다면 압도적으로 인기있는 카테고리가 되겠죠. 아니나 다를까 이미 외국의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뮤지션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디자이너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등등 전문화되고 있었습니다.

국내의 경우, 농사펀드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농부에게 투자하고 보다 나은 먹을거리로 돌려받는 Crowd Funding”. 이 한마디가 따로 설명할 필요없이 농사펀드의 모든 것을 말해 줍니다. 구례에 있는 지리산닷컴의 ‘맨땅에펀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인터넷 솔류션으로 적용한 경우는 농사펀드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처럼 기존의 모델에 크라우드펀딩 기법(?)을 도입할 수 있는 사례는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경우는 가장 활동적인 곳인 와디즈와 네이버에서 투자한 텀블벅 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눈여겨 봐야 겠습니다.

 

두서없이 생각을 나열하였습니다만, 크라우드펀딩이 기존의 오픈마켓형 쇼핑몰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대량생산된 제품을 싸게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에 투자한다는 점 일것입니다. 비록 아직은 샘플 수준이지만 창의적인 활동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면 십시일반으로 응원하겠다는 것이겠죠.

웹개발자의 입장에서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크라우드 솔류션을 만든다면 이것 역시 가치있는 일로 생각되어 집니다.

 

3 Comments

  1. 박종범

    좋은 포스팅에 농사펀드도 등장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1. eastsocial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네요? ^^ 농사펀드 깊게 응원합니다.

  2. 구준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만간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아님 농사펀드 박종범대표님 8월에 순창에서 강의하시고 선배님이랑 같이 함 뵐수 있어도 좋을것 같은데요.. 그럴수 있다면 저에게는 영광이죠^^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